폰부스(Phonebooth)빈 둥지
노을처럼 구부러진 등 뒤로 초점 없는 발걸음
백묵의 글씨처럼 희미하고
비어있는 둥지 향해서 날아가지 않는 어린 새
날개의 방향을 잃어버리고

이해 할 수 없는 공식의 하루 페이지를 넘기며
시계 방향으로만 달려가다
새벽까지 닿은 내 혀가 침대를 맛 볼 수가 없어
꿈이 이불처럼 헝클어져가

차가워진 둥지 안에서 입을 벌려 봐도
포근했던 날개 짓으로 충혈 된 눈동자를
날 감겨 주지 않아

이국의 혀를 갖지 못해 밑줄 치지 않은 구름을
뭉툭한 발톱으로 그어보다
허리를 삐끗한 빛 아래 다리를 하나 올리고 자는
나는 일류가 될 수 없어

비어있는 둥지 위에서 날개를 펼쳐 봐도
이젠 다른 소리를 내며 지저귀는 부리를
품을 수 가 없는 나

흩어진 무게를 버텨낸 둥지가 무너져
빈 계절 마른 살점처럼 나는 떨어지고 비석으로 박히네
비어버린 둥지가

불어나는 담벼락 위에 낡은 밤에 새긴 발굽은
빈 가방 속으로 구겨 넣는다